스페인 여행 (25/01/28) ③ - 코르도바 & 스페인 렌터카 썰
코르도바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그리 유명한 여행지가 아닌듯 하다.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서 연결되는 비행편이 없어서 아무래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이유도 있겠다. 나도 사실 원래 일정에 넣지 않았다가 그라나다에서 세비야로 렌터카로 이동하는 여정에 딱 중간에 있어 하루 쯤 들러볼까 해서 일정을 쪼개 들렀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여행중 단연코 원픽,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스페인 여행에 날씨 요정이 붙었나보다. 계속 비 예보가 있어 걱정을 했지만 정작 여행 하는 내내 날씨가 엄청 좋았거나 이동하는 날에 한정해서 비가 왔다. 간간이 소나기가 올 때에도 어째 기가막히게 실내 들어갈때에 맞춰서 오는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다시 쨍한 해가 반겨주었다.
그라나다-코르도바-세비야까지 렌터카로 이동했는데, 이놈의 렌터카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한국에 폰팔이가 있다면 유럽에는 렌터카 팔이가 있다. 사기꾼이 드글드글한 곳이다. 결론적으로 큰 사건 사고 없이 마무리 되었지만 마지막 반납할때까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이유를 추려보자면
1. 클룩(렌터카 대행사)를 통해서 Alamo(렌터카회사) 차를 예약
2. 원래 예약한 소형차가 없으니 다른 차로만 가능하다고 안내 받음
3. 클룩 풀커버 적용 가능?
4. 자동차 기름이 만땅이 아니라 3/4 만 차있는 상태로 인도 받음
5. 차 수령시 여기저기 미세하게 긁히거나 차체가 눌린 흔적, 반납시 아니나 다를까 문제삼음
1. 클룩(렌터카 대행사)를 통해서 Alamo(렌터카회사) 차를 예약
클룩 같은 대행사를 통해 예약해서 유럽 렌터카 예약을 하고 피본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을 나중에야 검색을 통해 알게되었다. 대행사측에 전액 돈을 납부하고 예약했지만 렌터카 측에서 아묻따 카드로 금액을 또 청구해서 중복 결제 해버린다던지, 클룩 풀커버 보험을 들고 예약했는데 현장에서 또 보험을 중복 결제한다던지 하는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특히 이 풀커버 보험이 문제였는데, 클룩 풀커버 보험은 정작 사고가 나서 청구를 할 상황이 오면 일단 사고를 모두 자부담으로 알아서 결제 처리하고 나중에 그 비용을 보험사로 청구하는 방식 ㅡ,.ㅡ...일단 큰돈이 내주머니에서 나가야 하고 청구 후에도 지급 거부 때려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대행사들은 문제 발생시 항의해도 잘 해결해주지도 않고 연락도 잘 안되고 여행가서 돈잃고 스트레스 받고 명줄어드니 절대 대행사 통해서 예약하지 말 것.
2. 원래 예약한 소형차가 없으니 다른 차로만 가능하다고 안내
골 때린다 진짜. 이것도 나중에 알고보니 자주 쓰는 상술인듯 하다.
스페인 남부 도시들은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도로가 워낙 좁아 무조건 작은 차로 예약했는데, 픽업하러 갔더니 내가 예약한 차가 다나가고 없단다. 큰 SUV 아니면 그나마 작은 BMW 컨버터블 차로 가져가란다. 이때부터 뭔가 계획이 틀어짐을 감지. 이날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대체 이걸 어찌한다 고민하는데, 추가금 대략 7만원 정도만 내고 BMW 컨버터블로 가져가라고 제안을 하는 것. 실제 차급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고 하면서 어쩔래 라고 묻는데, 이후 일정도 있는데 안빌릴 수도 없고 해서 7만원 돈이면 별 큰돈 아니니 이걸로 그냥 가져가야겠다 싶어 수락했다.
3. 클룩 풀커버 적용 가능?
클룩에서 예약하면서 클룩 풀커버 보험을 함께 들어 렌터카를 빌렸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든 보험은 가장 작은 소형차 기준인데, 훨씬 비싼 차를 정작 수령했으니 이게 보험이 과연 적용이 될까 하는 생각이 나중에 든 것. 등 뒤에 식은땀이 주륵...이거 혹시 사고라도 나면 이걸 문제 삼아 왠지 지급 거절 때릴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운전 내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클룩 예약 페이지에 절대 현장에서 렌터카 측 보험을 중복으로 들 필요 없다고 크게 경고가 적혀있어서 들지 않았는데...
심지어 내가 간 도시들이 도로 사정이 이렇다. 차 한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도로에 온갖 차가 양방향으로 왔다갔다 난리도 아니다. 가장 심한 도로에서는 사이드미러를 접어서 지나가야 했을 정도. 보험이 없다는 생각이 더해져서 운전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4. 자동차 기름이 만땅이 아니라 3/4 만 차있는 상태로 인도 받음.
기름이 만땅이 아니니 기름에 대해서 2가지 옵션이 있다고 한다. 반납할 때 지금 수위와 동일하게 맞춰서 반납하거나, 현재 차있는 기름을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내가 선결제로 미리 결제해서 사버리고 반납 시 그냥 가득 채우던 비워오든 차를 가져오면 차있는 기름만큼 금액을 빼준다고 했던듯 하다. 렌터카 직원이 영어가 어설퍼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는데 힘들었다.
이놈들 하도 사기꾼이 많아서 일단 뭔소린지 잘 모르겠고 믿을 수도 없던지라, 지금 결제하지 않고 나중에 반납시 3/4 수위로 맞춰오겠다 했다. 실제 주유시 이걸 대체 얼마를 넣어야 3/4을 맞출지 고민이었는데 chatGPT에게 물어보니 기가막히게 몇 리터를 더 넣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이 AI...정말 물건이다.
5. 차 수령시 여기저기 미세하게 긁히거나 차체가 눌린 흔적, 반납시 아니나 다를까 문제삼음.
막상 렌터카를 빌리면 그 과정이 정말 정신이 없는데, 뭐 설명하는것도 많고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맞으면서 어설픈 스페인 억양 가득한 영어 들으면서 뭐 동의 동의 동의 사인 해야할 서류도 많은데 그걸 다 어찌 읽어보고 있으랴. 여행왔는데 그거 붙들고 몇시간 있을것도 아니고 서류에 사인 사인 하고 넘어가고 드디어 차키를 수령했다. 그런데 아까 지나가며 어렴풋이 본 직원 태블릿에 (설명도 제대로 안했다 이ㅅㄲ) 차체에 흠이 있는 표시가 있었는데 맨 앞 범퍼에만 x표시가 되어있던 것을 기억했다. 근데 차를 수령하고 가만 보니 휠과 옆 부분에 여기저기 눌리거나 긁힌 자국들이 꽤 많았다.
다시 직원 찾아 얘기하려고 하니 이미 사라지고 없다. 찾으러 갔으나 그 직원은 없고, 다른 직원한테 얘기하니 일단 기다리라고 하고 이놈도 사라지고 15분째 안온다. 안올 모양임을 인지. 차선책으로 모든 곳을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죄다 남겨뒀는데 이거 덕분에 반납시 덤탱이를 피할 수 있었다.
세비야에서 차를 반납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 직원은 어차피 다른 지점 소속이라 서류상으로만 차를 판단할텐데 서류상 다른 곳은 흠이 없어야 정상인 차에 여기저기 찌그러진 곳이 나오니 당연히 내가 했다고 생각하는 것. 사진을 제출하고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나서야 차를 반납하고 나올 수 있었다. 보증금이 대략 60만원 정도 선결제가 되어있었는데, 이거 제대로 환불 되나 지켜보는 동안도 똥줄 탔다.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이라이트는 그라나다 도착해서 주차를 하는데, 인생 최고의 주차난이도였다. 말도 안되게 좁은 골목을 지나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데 핸들을 풀로 틀어 S자로 2번을 꺾어야 들어가지는 곳인데 그 좁은 통로에 옆에 계단까지 있고 한번 또 높은 턱을 지나야 해서 차 앞코가 들려지다보니 시선이 위로 향해 정면 상황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차를 뺄때도 가관인데 특정 각도로 지그재그 정렬을 한 다음에야 위로 간신히 올라갈 수 있고 올라가서도 또 S자 난코스를 거쳐야 간신히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최악의 주차 환경이었다. 보험이 없다는 생각에 스트레스 곱절...
나중에 세비야에서 무사히 차를 반납하고 어찌나 안도감이 들던지, 이제 유럽에서 다신 렌터카 없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저번에 스페인 여행때도 렌터카 눈탱이 맞았는데 또 렌터카를 빌렸네. 그때는 렌터카 회사 풀커버 보험을 들었기에, 차량 반납을 굳이 직원 검사를 안받아도 된다고 안내 듣고, 지정 장소에 그냥 차를 두고 가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기에 지정 장소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무인 키 반납통에 키를 넣고 갔다. 그런데 나중에 카드로 대략 30만원 정도가 결제가 되면서 차를 거기에 반납했다는 고지를 하지 않았기에 자기네가 그 차를 발견할때까지 며칠이 걸려 그동안의 렌트비를 청구한거란다. 알면서도 일부러 그냥 사기치는 악질이다.
<코르도바 로마다리>
코르도바는 하루정도면 다 둘러볼 크기로 구석구석 꼼꼼히 본다고 해도 이틀이면 충분할것 같다. 첫날은 정처없이 많이 걸었는데, 특히 이 로마다리의 분위기가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사진으로 다 표현이 안되는데 석양이 지는 타이밍에 맞춰 다리 위에서 스페인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 자아냈다. 이름은 로마 다리지만 로마인이 만든 실제 다리는 허물어지고 현재 다리는 무어인들이 새로 만든것으로 추정된다는데 그 건축 기술에 감탄 또 감탄.
<코르도바 메스키타>
코르도바를 대표하는 유적은 바로 이 메스키타, 이슬람 사원이다.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지 않고 그 안에 성당을 지어서 마치 Shop in shop 처럼 카톨릭 성당을 이슬람 사원이 덮어쓰고 있는 모양이다. 입구로 처음 들어가면 끝 없이 깊게 이어지는 아치 기둥들이 반겨주는데 역시 종교 건축물답게 왠지 모를 경외감을 일으킨다.
메스키타 관람 하고 나오는 길에 오렌지 따는 모습을 보았는데, 주렁주렁 아름답게 달려있던 오렌지가 없어지니 좀 섭섭하기도 했다. 실제 맛은 쓰건 어쩌건 향기 하나는 진짜 끝내주니 기분도 상쾌했다.
어째 렌터카 얘기만 주절주절 남은 포스팅이지만....(ㅋㅋ;) 다음 행선지는 세비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