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2023.Feb) - 2일차 (Tamed fox,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ACME 카페, 샹그릴라 마르코폴로 라운지, Studio 9)
일기를 쓰는 오늘은 2023.03.05. 독감이 와서 너무 고통스럽다. 며칠전부터 목이 간질간질해서 뭔가 온다 했더니, 독감이 오려고 그랬나보다. 코로나 검사 킷트에서는 아무것도 안나오는 것을 보니 코로나는 아니다. 온몸을 후두려 맞은것 같다. 아이고 나죽어...거의 하루를 통째로 침대에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심심하기도 해서 일기라도 쓰자 싶어 자리에 앉았다.
Life without SNS was so much better...
여행은 참 좋다. 여러 생각도 정리할 수도 있고, 느끼는 바도 많고, 내 평소의 바운더리,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서 내 무의식을 한번 뒤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다. 내 생각과 무의식을 한발짝 떨어져 관조할 수 있게 해준다.
평소같았으면 그 순간에 집중한다는 명목아래, 사진도 별로 찍지 않고, 기록도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되는대로 여행을 하다 왔겠지만 이번에는 사진도 많이 찍고, 간간이 인스타그램 포스팅도 올리고 굉장히 바쁘고 정신없는(?) 여행을 보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써보려고 하고 있다. 남들은 SNS를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데...나는 반대로 오히려 더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희안하쥬...?)
나는 원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 일단 모든 SNS와는 일체 담을 쌓고 살았다. 귀찮기도 했거니와 나는 굳이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그냥 내가 편한대로, 내 관심사대로, 나 좋아하는거로 내 삶을 채우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굳이 예쁘게 찍고싶은 생각도 없었다. 남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냥 내 추억용으로나 찍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많이 변했다. 더이상 SNS 없이는 인간관계를 맺을 수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미 젊은 세대들은 가상 세계로 이주했다. Facebook이 괜히 사명을 Meta로 바꾼것이 아니리라. 세상이 변했고, 대세라는 것이 정해졌고, 변한 추세에 맞춰 나도 발맞춰야 하는 때가 왔다. 이른바 인스타그램이 나를 나타내는 명함이고, 처음 보는 사람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되었다.
예전에는 뭐해? 잘 지내? 뭐하고 살아? 라는 간단한 안부인사가 어렵지 않게 오고갔다. 나도 한번씩 생각나면 연락하고, 친구들도 한번씩 연락주고, 메신져라는 것이 항상 바쁘게 울렸었는데 요즘은 아주 조용하다. 그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내가 SNS을 안하는 것이 큰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인간관계는 한계가 있다. 대략 100명 정도가 내가 기억하고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의 한도라고 들은적이 있는데 그 한도가 넘어가는 순간, 이전의 관계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온라인 장소가 소셜의 메인이 된 이상, 오프라인의 인간관계는 내 가족과 정말 친한 소수의 친구로 축소되게 된다.
인스타그램은 '광고' 그 자체다. 사용하는 유저들, 사람들 조차도 '광고'가 된다. 처음 보는 수많은 얼굴들, 내가 원치 않아도 나에게 소개 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어느새 아는 사람이 되버리고, 예쁘게 다듬어진 이미지만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되며, 그 이전의 관계들은 과거로 멀어져 간다. 꽤 가까웠던 친구들 마져도 이제는 이 '인간 피드' 들의 경쟁속에서 나도 경쟁적으로 나를 친구에게 지속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 그들도 나를 기억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최근 연애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원인을 바로 이 SNS에서 찾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는 욕구와, 성적 욕구 등 다양한 소셜 욕구를 틴더나 인스타그램으로 충족하게 되면서 다들 온라인 세상에서만 존재할 뿐, 누구도 실제로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의 긍정적인 효과도 반드시 있다. 내가 신중하게 선택한 이미지로 나를 보여지게 할 수 있게 되고, 어떤면에서는 나도 내 이야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말 "I control my narrative", 이것이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로, 남에게 나를 소개할 수 있고, 뭐든지 과하면 문제가 될 뿐, 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취할 수 있는 만큼의 밸런스를 내가 가지면 된다.
평소에 현대미술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이곳 타이페이에서도 한번 시립현대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결론은 대만족했다. 타이페이의 파인아트 역사를 보여주는 곳도 있었고, (굉장히 아방가르드 한게 무척 신선했다.) Supernatural 이라는 초현실적 조소 전시가 있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https://www.tfam.museum/index.aspx?ddlLang=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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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ing a Story with You: Once upon a Time in the Future Titled Telling a Story with You: Once upon a Time ...
www.tfam.museum
무엇보다 시내에서 멀지 않아서 택시타고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전시를 다 관람한 후 바로 옆에 붙어있는 ACME라는 까페를 갔다. 여기 지점 말고 Performing Art Center 지점에 있는 ACME 카페가 진짜배기인듯 했으나 이미 에너지 소진, 그냥 가까이 있는데서 빵이나 먹고 커피나 마시고 호텔로 복귀했다.
하루의 마무리는 호텔 내에 있는 라운지바에서 한잔 걸치고...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대로 잠들기에는 역시 뭔가 아쉬워 폭풍검색을 했고, Studio 9 이라는 클럽을 갔는데 백인이 한 7할은 되더이다. 아주 힙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바이브랄까...여행 온 느낌이 제대로 들었다. 2일차는 이곳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