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온지 벌써 3주. 시간이 참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주한 이후로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은근 바빴다. 현지 핸드폰 개통부터 시작해서 은행 계좌 개설, 새로 다닐 헬스장 탐색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걸 새로 해야하는데, 워낙 신중한 성격이라 하나 하나 고르는데에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반년이라는 텀이 생겼기에 망정이지, 바로 2월부터 학기 시작했으면 진짜 정신없을 뻔 했다.
사실 일정이 틀어지는 바람에 대략 6개월간의 자유시간(?)이 생겨버린 상황. 석사 과정 시작이 2월 시작에서 9월 시작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한국 회사 퇴사는 25년 1월 말로 이미 말해뒀었는데, 그래 이참에 나도 반년정도 놀아보자! 하는 생각에 굳이 변경하지 않고 퇴사했다. 덕분에 엄마랑 시간 걱정 안하고 퇴사 후 길게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닐리리 노는 6개월 동안 그동안 미뤄뒀던 전자책 쓰는일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자기 탐색의 시간을 가져보자 하는 생각에 이것도 운명이려니 하고 기분좋게 진행했다.
일 안하는 휴식기를 가져본게 얼마만인지, 출근 안하고 하루를 보내니 하루가 참 길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루가 길긴 한데, 정작 시간은 없다.
별거 아닌 일도 한두개만 처리하고 나면 이미 해가 뉘엿 뉘엿... 하루 시간을 쪼개쓰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거니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자니 간단한 뭐 하나도 참 오래걸리는데, 물건 사는것도 우리나라였으면 쿠팡으로 시켜버리면 끝날것을 여기서는 그 물건이 어디서 파는지 찾는것 부터 시작해야한다. 온라인 쇼핑으로 하려고 해도 모든 사이트가 다 영어로 나오는것도 아니고, 한국만큼 모든걸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곳도 아닌것 같다. 아직 많은 것을 실제로 매장에 가서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얼마전에는 홍콩 현지 플러그에 맞는 충전기를 사러 Fortress 라는 매장에도 다녀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마트 정도 되는곳 같다. 장을 보러 가도 내가 필요한것을 어디서 파는지도 발품으로 탐색해야하다보니 나만의 미니맵을 새로 만드는 몇달 간의 과정이 필수적이겠다.
일단 이곳도 핸드폰 번호가 본인인증의 시발점이 되는 만큼, 핸드폰 개통이 제일 먼저. 구글 검색으로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뭐가 복잡하고 플랜마다 가격 차이도 많이 나고 하는지 고민하다가, 홍콩 현지 친구가 선불유심으로 개통을 하랜다. SoSim이라는 선불유심을 Fusion 마트에서 파는데 그걸로 개통하면 간편한데다 가격도 저렴하다고 고급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워낙 가성비가 좋아 원래 필리핀 메이드 가정부들이 주로 쓰던 심카드인데 입소문이 퍼져 이젠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ㅎㅎ 한달에 55 홍콩달러 정도 (한화로 만원정도) 밖에 안해서 엄청난 가성비다. 특별히 속도가 엄청 빠른것 같진 않지만 쓸만하다. 당분간 특별한 일 없는 이상 그냥 선불유심으로 계속 쓸 예정.
시간이 많다보니 하루의 시간을 오롯히 느낄 수 있다는게 참 좋다.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큰 복이고 참 감사하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최대한 기록으로 많이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