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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5)

처음 해보는 퇴사

by 단호박인줄 2025. 3. 7.

1장- 퇴사
 
누구에게는 꿈, 누구에게는 새로운 시작,  누구에게는 휴식. 누구에게는 절망. 
사람 마다 의미는 다르겠지만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해보게 된다는 퇴사. 
나도 결국 해보는 퇴사. 그 퇴사를 처음 해봤다. 
 
나는 사실 대학 졸업하자마자 내 사업체를 차렸다. 으레 먼저하는 구직 활동은 아예 관심 밖이었고, 나름 큰꿈을 가지고 내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내 20대때는 참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유학도 가고 싶었고, 가고싶은 여행지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고, 꿈도 많고 의욕도 넘쳤다. 절반의 성공들이었지만 나름 성과도 얻었고, 돈도 벌어서 여행 정말 많이도 다녔다. 20대에게는 과분한 돈이 생기다보니 참 저축할 줄도 몰랐고, 그냥 생기는데로 계획없이 쓰다보니 정말 풍족하게 살았다. 
 
그런 내가 직장생활을 할거라고는 사실 나 자신도 예상 못했는데, 유학을 다녀와서 그래 나도 직장생활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대한민국 현실상 첫직장 나이 상한선이 남자 32-33세 정도인것을 감안하면 이제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다는 Fomo가, 초조함이 엄습해온 것이 컸다. 예전에 벌던 돈에 비하면 직장인 초봉이 참 보잘것 없이 느껴졌지만, 뭐 한평생 한 직장만 다닐것도 아닌데, 일단 이력서에 첫직장 스타트 끊어놓자 라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다닌 내 첫 직장 넷마블. 집-회사-헬스장 주야장천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3년반의 시간이 지났다. 이대로 가면 괜찮은걸까. 내 앞은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나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매일같이 가던 회사 내 크크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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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 회사의 장점
 
회사 다녀보니까 알겠다. 직장이라는 곳이 주는 장점은 참 많다. 겪어봐야만 몸소 체감하는 것들이랄까. 
 
개인적으로 느낀 제일 큰 장점은, 소속감이다. 일단 회사라는 곳이 주는 소속감이 한사람의 사회적 정체성 뿐만 아니라 건강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게끔 하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다녀보니 사람들끼리 비슷해지는건지, 아니면 애초에 나랑 비슷한 사람이 모여있는건지, 참 여러모로 결이 통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많았다. 이것도 복이라면 큰 복인데, 팀장님을 비롯해서 팀원들이 사람들이 정말 좋았다. 매일 웃을일이 정말 많고 배울점도 많았는데, 다들 유머감각도 뛰어나고 여러 직장을 거치며 직장생활에 굉장한 내공을 쌓은 사람들이 많았다. 
 
넷마블이라는 회사. 게임 IT 회사의 구성원. 게임 커뮤니티의 한사람. 넷마블에서의 페르소나. 
어디가서 나라는 사람 소개하기 좋다보니 참 편했다. 다닐때는 족쇄같고 노예처럼 매일 나가서 일하는게 싫기도 했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직장 때문에 인생이 쳇바퀴인것이 아니라, 세상 자체가 쳇바퀴라고. 
 
두번째 장점은 역시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
일이 바쁘지 않을 때는 적당히 쉬어가면서 해도 때되면 알아서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요즘 게임업계가 참 힘들기도 하거니와 일하던 직군 상 성과금이라는 걸 한번도 못받아본 것이 한이긴 한데, 그래도 대한민국 평균보다는 두둑히 받은 이 월급 덕분에 잘 버티고 다녔다. 
 

야근 때 김밥 사서 들어오는 길...건물이 꽤나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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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 변화의 시기
 
얼마전에 대학 친구 둘을 만나서 브런치를 했다. 졸업 후에도 꾸준히 만나온 친구들인데, 졸업하고 각자 삶이 바쁘다보니 자연스레 멀어진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소중한 우정이다. 요즘 근황을 얘기하면서 퇴사 + 홍콩으로 이주하게 되었다는 나름 큰 뉴스를 전하니, 한 친구가 지나가면서 한 소리가 있는데 '너는 진짜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살아서 부럽다.' '사업도 해보고...유학도 다녀오고...좋은 회사도 다녀보고...해외 이주까지 하고...진짜 하고싶은거 다하고 산다 너는' 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말이 맞네 싶었다. 정말 감사할 일들이 많구나. (할렐루야)
 
회사에 근 4년 가까이 다니면서, 앞을 걸어간 선배 직장인들을 살펴보니 내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어떤 루트로 가게 될지 얼추 그 방향이 예상됐다. 내가 있던 직군이 회사 핵심 직군은 아니다보니, 이곳에서 내가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고 쳐도(그럴일도 없지만) 올라 갈 수 있는 한계가 팀장 정도로 그 한계가 명확해 보였고, 다른 획기적인 방법이 나올것 같지 않았다. 더군다나 평균 직장생활 수명이 굉장히 짧은 게임업계를 감안할 때, 더욱이 요즘 화제인 AI의 엄습을 감안하면 내 10년 뒤의 앞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운명처럼 귀에 들어온 정보로 인해 커리어 전환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갈 수록 이런 결정이 참 점점 더 겁이 나더라. 그런데 지금 아니면 더이상 못할 것 같다. 어떻게 해서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나중에 다른 글로 또 써보는걸로...

홍콩에서 자주 오는 Elephant Ground 라는 카페. 라떼아트가 엄청나게 정교하다 ;; 낙타를 볼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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