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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생각들5

한국에서 생소한 문화 1 - 토론 문화 칠 토, 논할 론. 논리로 친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문명 이래로 수천년간 줄곧 이어져 내려오는 중요한 문화가 있다. 바로 토론 문화이다. 그리스 아고라에서 시작되어 현대 영국 의회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전통. 서로의 의견을 피력하고 반박하고 논리적 허점을 찾는 말의 겨루기, 논리와 수사학의 싸움이다. 민주주의의 태동,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수천년간 왕정, 공화정, 공산주의, 그리고 다시 민주주의까지 여러 정치 형태를 겪으면서도 이어져 현대까지 내려온 귀중한 문화 유산이다. 이 토론 문화는 중요한 정치 자리에서는 물론이고 친구끼리의, 가족끼리의 일상적인 자리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발현된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라던지 왜 에그스크램블이 서니사이드보다 왜 맛있는지에 대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주제를.. 2023. 3. 18.
한국식 합리성, 영국식 합리성 - 2편 아마존 만세...but... 영국에서 악명높은 Royal mail. 우리로 치면 우체국인데 정말 이사람들 일부러 이러나? 싶을 정도로 서비스의 질이 낮다. 배송이 하도 오래걸려서 무슨 보따리 짐메고 배송 해주는 줄 알았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배송 추적이 안되는 택배가 있다니…이곳 로열메일은 가장 비싼 등급의 택배를 제외하고는 배송 트랙킹이 안된다. 꼴랑 배송 추적이 추가 돈을 내야 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라니 참 시대착오적이다. 빠르고 정확한 한국의 우체국 서비스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코로나가 처음 터지고 봉쇄로 온 국가가 난리일 무렵, 유일하게 작동한 서비스는 로얄 메일 배송이 아닌 Amazon이었다. 아마존의 물류 컨트롤에 대한 노하우 덕분인지 영국 전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동하는 .. 2023. 3. 7.
한국식 합리성, 영국식 합리성 - 1편 2019년부터 영국에서 석사 유학을 하며 살다보니 그나라에 대한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되었다. 현지 친구들도 사귀고 현지 뉴스 매체도 접하고 현지 방식으로 살다보니 처음에는 이해 되지 않던 영국의 면모들이 하나 둘 이해가기 시작했다. 뭐든지 느리고, 어설프고, 실수 투성이, 시간 안지키고, 당일 취소에, 번거롭고, 복잡하고 등등… 정확히는 스코틀랜드에 살면서 참 특이하다고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는데, 한국이라면 절대 용납되지 않을 상황들이 희안하게 이곳에서는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작은 생활 소품들이 현지 기준으로도 터무니 없이 비싸다던지 기차가 툭하면 지연되서 도무지 시간을 계획할 수 없다던지 예약했던 서비스가 당일날 모종의 이유로 변경 축소된다던지, 뭐 하나 예측할 수 없.. 2023. 3. 6.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대학교 1학년 때 그리스 로마 신화 교양 수업을 들은적이 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수업을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당시 수강 신청에 폭망해서 남아있는 선택지가 몇 개 없었고 그나마 이 수업이 괜찮아보여 08학번 동기들과 우르르 수업을 들으러 갔다. 헌데 듣다보니 생각외로 재미가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의 이야기이다.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티탄족의 후예로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올림포스의 신들과는 반대 진영에 있는, 이른바 적 관계에 놓여있었다. 당시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족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 최종 올림포스 편이 승리하였지만, 티탄족이었던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올림포스 편에 투항함으로써 적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위치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2023. 2. 20.
붉은실의 인연, 거스를 자유 인생을 살다보니 생각보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인생 대부분의 모든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 만으로도 큰 틀에서의 평균치는 정해져있다. 부유한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 A와, 절대 빈곤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 B의 삶은 큰 틀에서 어느정도 예측가능하고 이건 개인의 힘으로는 거스르기 힘든 현실이다. 인종, 문화, 역사, 기후, 위도 등 대부분이 같은 조건에 있는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도 그렇다. 평생에 걸쳐 벌어들일 소득, 평균적인 교육 수준, 의식주의 질 등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 A의 인생과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 B의 인생은 아무리 개인의 능력치가 다르다 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남한 사람의 삶의 질이 높을 수 밖에 없.. 2023.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