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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스페인 여행 (25/01/26) ② - 그라나다

by 단호박인줄 2025. 3. 18.

 

알함브라 궁전에서 보는 풍경

 
 
스페인 여정의 두 번째 목적지. 그라나다. 
 
내가 택한 여정은 바르셀로나에서 시작, 시계방향으로 쭉 돌아 남부 스페인을 거쳐 마드리드에서 끝나는 여정이다. 
대개 한국인 관광객들은 인천-바르셀로나 IN & OUT 왕복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항편이 바르셀로나에 많기 때문.
마드리드 자체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니기에 마드리드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드리드 근교 톨레도&세고비아를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 마드리드 OUT으로 결정했다. 한번 가본적이 있는곳들이지만 다시 봐도 좋다. 
 
그라나다 - 코르도바 - 세비야로 이어지는 남부 투어였는데, 나중에 깨달은 것 이지만...사실 많은 이슬람 유적지가 비스무리해서 겹치는 캐릭터가 상당하니 굳이 무리해서 여러 도시를 전부 정복할 기세로 갈 필요는 없는것 같다. 동선에 맞게 적당히 우선순위를 겹쳐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남부 스페인중 개인적 원픽은 코르도바였다. 
 
 

유럽 최남단이다.

 
 
바르셀로나 - 그라나다는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비행편으로 이동했다. 세번째인가...타보는 Vueling인데 내 생각으로는 유럽 LCC치고 제일 괜찮다. 특히 App을 기가 막히게 깔끔하게 만들어둬서 만족도가 높은데다 이번에 타게 된 비행기는 에어버스 A321 최신형 비행기. 가격도 저렴하고 만족스러웠다. 
 
    
 

<알함브라 궁전>

 

알함브라 궁전 주변 정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그라나다는 알함브라 궁전 하나 보러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유명한 곳인만큼 여행 전 미리 예약은 필수. 꽤 부지가 넓은 만큼 넉넉히 시간을 잡고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13세기에 무어인들이 이슬람 양식의 궁전을 지은 것을 허물지 않고 옆에 유럽식 건물을 지은것이 흥미롭다. 워낙 화려하고 아름다워 그들 눈에도 허물기 아까웠나 싶기도 하고, 800년 이슬람 역사를 끝내고 이베리아 반도를 끝내 탈환한 것에 대한 전리품 같기도 하다. 
 
여행객중 유독 히잡을 쓴 이슬람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워낙 알함브라 궁전이 유명하다 보니 아직도 이슬람 사람들이 성지순례(?) 처럼 여행을 많이 오는 듯 했다. 유럽내 마지막까지 남았던 이슬람 세력 저항지였던 만큼 의미가 특별한 곳 같다. 1492년 그라나다 정복을 끝으로 유럽 내 이슬람 세력 800년간 역사가 막을 내리게 되고, 이곳에 살았던 무어인들이 모두 개종&추방되게 되는데, 궁금해서 찾아본 바로는 이베리아 반도가 다시 유럽 문화권으로 정복된 이후에도 무어인들이 개종하거나 숨어살아 현지에 동화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타 유럽 대비 스페인 사람들이 더 부리부리하게 생긴게 아무래도 중동의 피가 섞인 느낌이다. 얼굴이 '참매' 상이라고 할까, 맹금류 상이다. 
 

 
 
 
겨울은 남부 스페인 전역에 오렌지가 탐스럽게 열려있을 때인데 1월말에 갔더니 어딜가나 오렌지가 주렁주렁 열려있어 어찌나 생그럽고 아름답던지 감탄뿐. 싱그러운 오렌지 향이 솔솔 풍겨 걸을 때 마다 기분이 산뜻해졌다. 
 
 
 

 
 
여행 내내 정말 궁금했는데  이렇게 향긋한 오렌지를 왜 아무도 안따먹나 했더니...사실 이 오렌지는 (더럽게) 쓰고 맛이 없다고 한다 (코르도바 bnb 사장님께 들음). 널린 오렌지를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게 무슨 법이 있어서 안따먹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고 정말 시고 쓰다고 한다. 하기야 소액 절도가 불법이 아닌 스페인에서 길거리에 널린 오렌지를 채취를 막을 리가 없긴 하다. (소매치기가 합법인 나라...금액 상한까지 친절하게 정부에서 정해줬다...ㅋㅋ)
 
남부 스페인 어딜가나 길거리부터 유적지까지 가득 메운 이 오렌지는 Bitter Orange 라고 불리는데, 우리가 평소 사먹는 오렌지와는 다른 품종. 신기한 것은 이 Bitter Orange 와 야생 Citron을 교접해서 만든 것이 바로 Lemon. 그러니 이 Bitter Orange는 Lemon의 부모쯤 되겠다. 워낙 주렁주렁 많이 열려서 약간 처치 곤란이기도 한데, 매년 2월 초쯤 수확해서 잼이나 화장품으로 만든다는데 뭔가 활용도를 억지로 짜내는 느낌이다. 남아도는 이 Bitter Orange가 산도가 높은 것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연구중이라고. 우리로 치면 은행나무 같은 느낌이려나? 
 
 

 
 
 
 
개인적으로는 알함브라 궁전 자체보다도 주변에 위치한 정원들이 정말 좋았다. 이 궁전 자체가 상당한 고원에 위치해있어서 정원도 좋지만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 스페인 여행 어째 항상 겨울에 오게 되었는데, 오히려 사람 너무 붐비지 않아서 좋고 날씨도 우리나라 초봄 정도 날씨여서 덥지 않게 쾌적하게 여행하는 것이 좋다. 
 



 
 
남부 스페인 여행 동안 정말 많은 이슬람 양식의 건물들을 보았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이슬람 건축 양식들에는 내부에 그림이 없어 어딜가도 조금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알라 신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우상숭배라고 하여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종교적으로 금지되어 있기에 내부에는 그림이나 조각이 없고 대신 기하학적인 이슬람 장식이 가득하다. 이 장식이 처음에는 정말 신기하고 오묘하지만 계속 보다보니 어딜가다 좀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 가이드 없이 다니다 보니 내부 스토리를 몰라 살짝 아쉬웠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녀오고 나니 이 알함브라 궁전에는 정말 유명한 물시계가 있는데 바로 이 여러 사자상이 받치고 있는 분수. 총 12마리의 사자가 있어 하루 중 정확히 12시간을 알려준다. 
  
이슬람 과학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 시간이 감에 따라 한마리씩 한마리씩 물을 뿜기 시작해서 12마리가 모두 물을 뿜는 자정이 되면 내부 물이 가득 차 압력의 변화로 인해 물이 모두 빠져나가 리셋되어 다시 카운팅된다 . 자세한 설명은 유튜브 릴스로 대체. 현재도 물을 뿜고 있다. 
 
https://youtube.com/shorts/ixsj65ykKZo?si=7y6UB676SDrFnqKm
 

꼭대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하루를 꼬빡 채워 알차게 알함브라 궁전을 관람하고 호텔에 돌아가는 길에 그라나다 대성당을 잠깐 들렀다. 역시나 화려함의 극치이지만 유럽 몇번 여행하다보면 살짝 물리는 또성당ㅋㅋ...어쨌든 규모와 화려함에 감탄하고 한때 화려했던 스페인의 부와 영광을 볼 수 있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라나다 일정은 소소하게 마무리 하고, 다음날 렌터카를 빌리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