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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스페인 여행 (25/01/31) ⑥ - 톨레도 & 세고비아

by 단호박인줄 2025. 8. 21.

일기겸 엄마와의 여행을 기억하기 위해 쓰는 여행기 마지막. 사실 마지막 이 여행은 여행상품을 통해 졸졸 따라다니는 찐 관광이라 크게 기록으로 남길만한 것까지는 없다만...

 

스페인 여행 마지막 여정,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당일치기 투어를 했다. 사실 나는 이 동일한 당일치기 투어로 몇 년전에 와봤었지만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두번째로 오게 되었다. 저번에도 겨울에 왔는데, 이번에도 겨울이다. 워낙 더운 나라인 만큼 겨울에 와도 해가 쨍해서 좋다. 

 

시간만 되면 이번에는 1박을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동선이 영 안나오는데다가 무릎이 안좋은 엄마를 위해 가급적 걷는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여정 버스로 이동하는 유로자전가나라 투어를 신청했다. 

 


 

알카사르 성

 

 

첫 행선지로는 알카사르 성.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스페인 여행 정말 성도 많이 가고 옛 이슬람 문화가 남아있는 유적지들 정말 많이 갔는데, 이 기하학 문양들 처음 볼 때는 참 아름답지만 그림과는 달리 매번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다보니 어딜가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금방 질리는게 문제였다. 스페인 여행 몇달씩 하시는분들도 있던데, 그런 경우는 관광지 완급 조절을 잘해야할것 같다. 

 

 

 

 

영국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이사벨 여왕이 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권을 몰아내고 스페인을 통합하는데 중요한 여왕인데, 그 여왕의 대관식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눈이 뽑혀 죽게된 루시아 성녀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가지 의아했던 것은 이곳 알카사르 성 투어시 반드시 스페인 현지 가이드가 동행해야만 하는 무슨무슨 법이 있나보다(고용창출 꿀). 유로자전거나라 한국 가이드 설명 정말 똑부러지고 좋았는데(맨 왼쪽), 한번씩 현지 가이드가 큰 의미 없는 내용을 숟가락 얹는 시간이 있어서(맨 오른쪽 분) 오히려 투어에 살짝 방해가 되었으나 ㅋㅋ;; 뭐 현지법을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금강산도 식후경. 이 지역 명물음식이 아기 돼지인데, 아기 돼지를 통째로 푹 익혀서 보이는 앞에서 (고기가 부드럽다는걸 강조하기 위해) 접시로 툭툭 고기를 자르고 그 접시를 바닥에 깨는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ㅋㅋ...어째 좀 잔인하고 해서 영 못먹을것 같아 우리는 다른걸 시켰다. 

 


세고비아 수로

 

두번째 행선지로 세고비아로 향한다. 

 

 

몇년 전 이곳에 왔을 때 3인조 소매치기단이 우리 팀원 백팩을 뒤적거리고 있던 것을 내가 발견해서 소리쳐서 다행히 피해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저 세고비아로 향하는 좁은 길을 통해 삭 나오니 굉장히 화려한 차림의 남자 두 명이 눈에 딱 들어왔다. 어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는데, 대번 보기에도 로고가 정말 여기저기 뙇 화려해서 와..뭐 저정도로 걸치고 다니냐 싶은 생각이 들어 기억이 확실히 났다. 알고보니 그 둘이 소매치기 팀이었던 것. 한참 뒤에 버스로 이동하는 느슨한 행렬에서 우리 팀 한국인 백팩을 능숙하게 열어서 뒤지고 있는 그 두사람이 눈에 딱 들어온 것. 내가 황급히 소리를 지르니 그 둘이 재빠르게 자리를 피하더라. 다행히 크게 털어간 것은 없었는지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다. 

 


 

톨레도 대성당 

 

 

 

건물과 하나가 된 기가막힌 예술 조각품들이 도처에 널려있어, 이미 성당을 너무 많이 가서 물릴데로 물렸지만 또 한번 감탄하게 된 곳. 1800년도 유럽 전체 인구가 1억 9천만 정도라는데, 현재 일본 하나 인구가 1억임을 생각하면 참 인구가 생각보다 작다. 현대같이 화석연료가 있어서 생산성이 높았던것도 아니라 한사람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도 적었을 텐데, 의료기술도 조악해서 수명도 짧았을 텐데, 그 작은 인구 안에서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재능과 천재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참 신기하다. 인간이란 볼수록 참 놀랍다. 

 

이런 종교 예술품을 볼 때마다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핵심중 하나는 사실 자신을 낮추고 이웃과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말씀하셨지만 정작 이러한 종교 사치품은 그 가르침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하지만 또 그 덕분에 이러한 예술품을 만들 화려한 재능들이 꽃피울 수 있었고, 돈이 모이는 곳에 재능이 모여 인류의 문화가 한곳에 모이고 그 유산을 우리가 현대에 까지 관람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 

 

부패한 탐욕스러운 성직자를 벌하고 엄격한 율법주의에 시달리는 유대인을 향해 이땅에 내려오셔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사회적, 종교적 억압을 해방하시는 메시아로써 내려오신건데...그걸 또 다시 반복하고 반복한 그 증거물들을 보는데 어째 가르침과 정 반대로 가는것 같아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그 덕분에 인류의 소중한 재능과 자산이 이렇게 꽃피우고 그 아름다운 결과물을 우리가 볼 수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너무나 화려해서 도금 정도로 여겼지만 사실....순금....더군다나  안에 말도 안되는 보석들이 그냥 곡식처럼 흔하디 흔하게 박혀있다. 스페인 제국의 영광이란 진짜 대단했구나. 

 


 

 

마지막 톨레도 야경으로 투어를 마무리 짓는다.

 

여행 내내 함께한 가족이 있는데, 아저씨가 정말 푼수다. 정말 눈치도 없고 오지랖이 역대급으로 넓어서 주변 사람 참 많이들 불편하게 했다. 점심 먹는 식당에서는 식당 여주인한테 계속 예쁘다고 치근덕거리지를 않나, 잘때는 코를 얼마나 고는지, 또 어찌나 목소리가 쩌렁쩌렁 큰지 이동 내내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를 않나, 별의별 개인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꼬치꼬치 캐물으며 별 TMI 묻지도 않은 얘기를 자꾸 하지 않나, 여행 내내 피하고 싶었으나 참으로 집요하게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피곤하게 했다. 이정도면 오은영 박사 만나서 감정 받으면 뭔가 하나 백퍼 나온다. 

 

야경을 엄마와 마지막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굳이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신다. 감사히 부탁드렸는데, 사진도 진짜 너무나 이상하게 찍어 건진게 하나도 없다. ㅋㅋㅋ 귀가 버스에 탑승해서 결국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이 아저씨와 이제 떨어진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기뻤다. 

 

톨레도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귀국길에 오른다.